📘 Episode 3
꿈을 끌어안은 소녀
🌙 1장 – 잠든 병원, 깨어난 꿈
폐원된 아동병원은 시간이 멈춘 공간 같았다. 흐릿한 형광등 잔재, 벗겨진 벽지, 삐걱이는 철제 침대. 그리고 그 모든 잔해 위로 내려앉은 고요함.
시리온은 오래된 수면실 앞에 멈춰 섰다. 관측 기록에 따르면, 이곳에서 짧은 시간 동안 무의식 파장과 꿈의 잔상이 동시에 감지되었다.
"감정수치가 일정하지 않아… 마치 꿈과 악몽이 동시에 겹친 느낌인데."
그는 장비를 조작하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잔잔한 숨소리와 함께, 소녀가 있었다.
구석의 침대 위, 낡은 곰 인형을 꼭 껴안고 눈을 뜬 채로 잠들어 있는 아이.
그것이, 티쉘레트와의 첫 만남이었다.
💭 2장 – 현실 너머의 무의식
시리온이 한 걸음 다가서자, 공기 중에 퍼져 있던 먼지들이 소용돌이치며 움직였다.
그 순간, 방의 벽이 천천히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바닥은 물처럼 흔들리고, 침대는 녹아내리듯 사라지며 새로운 공간이 형성되었다.
"여기는… 꿈 속이야."
소녀의 목소리는 작고 떨렸지만 분명했다. 티쉘레트는 시리온을 바라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건 제 꿈이 아니에요. 누군가의 거예요." "그런데도 저를 계속 따라와요."
벽에는 익숙하지 않은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모래시계, 검은 손, 창문 없는 방. 그리고, 천장에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꿈에서 나가고 싶다면, 이름을 지우지 말 것."
시리온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 3장 – 인형의 기억
티쉘레트는 곰 인형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 인형은 오래되어 귀가 한 쪽 찢어졌고, 목에 걸린 리본은 바랜 자주색이었다.
"언니가… 이 인형 안에서 아직 꿈을 꾸고 있어요."
그녀의 말과 동시에 인형이 조용히 빛났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짧은 장면 하나가 펼쳐졌다.
- 똑같은 소녀 두 명이 손을 잡고 병원 복도를 걷는다.
- 하나는 웃고 있었고, 하나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이건 언니의 마지막 꿈이에요. 전 그 꿈 안에서 만들어진 아이에요."
시리온은 침을 삼켰다. 그는 이제야 이 소녀가 왜 위험 판정을 받았는지 실감했다.
무의식의 힘이 너무 깊었다. 꿈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되기에 충분했다.
🌫️ 4장 – 꿈이 깨질 때
시리온은 서둘러 인형에 손을 대려 했지만, 티쉘레트가 고개를 저었다.
"건드리면 안 돼요. 지금 언니가 저를 보고 있어요."
그 말과 함께, 주위가 갑자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침대가 뒤틀리고, 벽지가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왔고, 천장에서 검은 손들이 쏟아져 내렸다.
"언니는… 저를 잊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꿈은 아직 안 끝났어요."
티쉘레트는 천천히 일어나 낡은 인형을 꼭 껴안았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그만… 자도 돼."
그 순간, 모든 것이 사라졌다. 손들도, 빛도, 그림자도, 글자도.
병원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 시리온의 업무일지 발췌
📁 Episode Log_#003
개체명: 티쉘레트
감정 상태: 수면과 각성의 경계에 있음
발생 현상: 무의식 공간 실체화 / 기억 기록 재생
주의사항: 인형 접촉 시, 제3의 꿈세계가 열린다
메모: 귀여움은 가끔 공포보다 강하다
📌 마무리
어딘가에선 아직도 누군가의 꿈이 이어지고 있다.
그 꿈 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지금 이곳, 현실 위에 살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가 꾼 꿈 속의 누군가가 아직 이 차원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
📘 Episode 4 – 파괴된 시간의 인형술사
: 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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