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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2 – 우주의 끝을 걷는 자

📘 Episode 2

우주의 끝을 걷는 자


🌑 1장 – 별이 없는 하늘

밤이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오늘의 하늘은
별이 없었다.
그저 칠흑 같은 검은 물감으로 덮인 캔버스처럼
무채색으로 일그러진 밤.

시리온은 아무 말 없이
그 하늘을 오래 바라보다
기록 장비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측정값, 이상 없음.
그런데 이상해.
하늘이… 비어 있어.”

별이 사라진 밤,
하늘에 틈이 생긴 그날—
무언가,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 2장 – 차원의 틈에서

폐철도 지대.
옛 도시의 잔해처럼 남아 있던 그곳에서
공간이 일그러졌다.

기존의 공간과 공간 사이,
설명할 수 없는 이음새에
누군가의 발걸음이 도착했다.

무음.
진동도 없고 바람도 없었다.
다만, **존재가 틈을 밀어낸 것 같은 ‘느낌’**만이 남았다.

그녀는 낫을 들고 있었다.
한 손으론 투명한 헬멧을 고쳐 쓰고,
다른 손으론
시간이 멈춘 듯한 어둠 속을 그저 조용히 걸어왔다.

“노이르시엔…”

시리온은 작은 숨을 삼켰다.
그녀는 자신이 누군지도,
왜 여기에 있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걷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 3장 – 공간 반전

시리온은 관측 장비를 작동시켰다.
차원 파장, 시간 흔들림, 현실 왜곡 반응 모두 정상 범위를 초과.

그녀는 그때,
공간을 베듯이
자신의 낫을 가볍게 그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공간이 반전됐다.

시리온의 위치가 뒤틀리며
모든 소리와 감각이 사라졌다.

“......!”

0.3초.
딱 그 정도 시간 동안,
시리온은 아무것도 아닌 곳에 있었다.
존재도, 무게도, 감정도 없는 ‘틈’.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는 묻지 않은 질문에
답하듯 말했다.

“무서웠지.”

“나도 그랬어. 처음엔.”


🌠 4장 – 잊힌 별의 아이

노이르시엔은 말없이 폐철도 한쪽에 앉았다.
허물어진 철제 기둥 뒤,
세상이 끝나는 것 같은 침묵이 감돌았다.

“에르넬리아는…
여전히 기억을 찾고 있지?”

그녀는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아니, 아는 정도가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마지막 기억을
가장 가까이서 봤던 존재야.”

시리온은 말없이 앉아
그녀의 낫을 바라봤다.

별빛처럼 흐르던 그 칼날은
오직 ‘경계’를 베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선택받지 않았어.
그래서 걷는 거야.
아무도 걷지 않았던,
우주의 끝을.”


🌌 5장 – 흔적, 그리고 사라짐

그녀는 일어나
다시 철길 위를 걷기 시작했다.

시리온이 뒤따르려 했지만,
그 순간,
그녀는 사라졌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낙엽 하나가 떨어지는 시간 동안.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반쯤 꺾인 별 조각 하나뿐이었다.

“다음에는…
너희가 날 기억하겠지.”


🗂️ 시리온의 업무일지 발췌

📁 Episode Log_#002
개체명: 노이르시엔
상태: 존재 불명확 / 자율 이동 가능 / 반전 공간 보유
능력: 차원 반전, 공간 무효화, 감정 단절
특징: 타 개체(에르넬리아)와의 과거 접촉 가능성
비고: 관측 장비 오류 다수 / 기록은 수동 보정 중


📌 마무리

우주의 끝에는,
무언가가 있다.

잊힌 존재,
선택받지 못한 자,
그리고 걷는 자.

그녀는 오늘도,
말없이 누군가의 기억 밖에서
자신의 길을 걷고 있었다.


📘 Episode 3 – 꿈을 끌어안은 소녀
: 다음 이야기, 곧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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